‘주사’라고 하면 ‘주사가 뭐지?’ 하고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딸기코’라고 하면, 코끝이 빨갛고 딸기처럼 울퉁불퉁 하게 된 사람을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서 ‘딸기코는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시는 술꾼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딸기코는 주사라는 병이 아주 심해져서 말기에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의 하나로서 술에 의해 악화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주사라는 병은 20대를 지나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얼굴이 항상 술을 마신 듯이 빨갛고, 쉽게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해지면, 마치 여드름과 비슷한 구진이 생기기도 하고 노랗게 고름이 잡혀서 농포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얼굴 피부에 있는 실핏줄이 늘어나서 겉으로 드러나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더 진행이 되면, 염증이 심해지고 피부가 과도하게 증식되어서 울퉁불퉁하게 불거지게 되어 딸기코 같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주사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어서 30세에서 50세 사이에 가장 흔히 나타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남자에게 생길 때에는 여자보다 더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아서 딸기코라고 불리는 주사비도 주로 남자에게서 나타난다.
주사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유전적 소인에 의해 좌우되는 개개인의 체질이 중요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체질적으로 주사가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사람이 얼굴에 있는 혈관이 늘어날 수 있는 자극에 자주 노출됨으로써 주사가 생긴다고 생
각되어 진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쉽게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붉어지고, 일단 얼굴이 붉어지면 쉽게 홍조가 가시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쉽게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는 것이 주사의 제 1단계이며 이러한 사람들이 주사가 생길 수 있는 체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은 피부의 혈관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정상인과 달리 주사 환자에서는 똑 같은 자극에 대해서 혈관이 더 쉽게 늘어나고, 또 늘어난 후에 원래대로 잘 오므라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자꾸 되풀이되면, 혈관이 항상 늘어난 상태로 있게 되고 따라서 병이 점점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주의 사항을 잘 지켜서 홍조를 일으킬 수 있는 자극에 노출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나는 남들보다 열이 많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계속해서 여러 가지 자극에 노출되면, 본격적인 주사로 진행되어서 제 2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주사의 제 2단계가 되면 홍조가 간헐 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얼굴이 술을 마신 사람처럼 빨갛게 되고 실핏줄이 늘어나서 겉으로 드러나 보이게 된다.
물론 이 시기에도 홍조를 일으킬 수 있는 자극에 노출되면 얼굴이 더 빨갛게 되면서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상태까지 되면 피부과로 내원해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서도 주의사항을 지키지 못하고 치료를 소홀히 하게 되면 주사가 더 진행되어서 얼굴에 홍조와 모세 혈관 확장이 더 심해지면서 구진, 농포 등이 나타나게 되는 제 3기 주사로 이행하게 되며, 극히 일부에서 더 진행되면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되면서 딸기코 모양의 주사비가 나타나는 제 4기 주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주사의 치료를 위하여 지켜야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스테로이드제가 들어있는 연고를 사용하지 않는다.
- 술을 마시는 것은 아주 좋지 않다. 술을 마시게 되면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혈관이 늘어나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다.
- 뜨거운 음식을 입에 물고 있으면 입안의 온도가 증가하게 되어서 결국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뜨거운 밥, 국, 찌개, 커피 및 차 등은 약간 식혀서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자체는 영향이 없으므로 뜨겁지 않다면 커피나 홍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 아주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즉 먹으면서 입안이 얼얼거리고 땀이 날 수 있는 음식(예를 들어, 낙지 볶음이나 고추장 찌개 등)은 얼굴에 홍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 심한 온도의 변화에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 겨울에 추운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바로 들어간다든지, 난로의 열기나 조리를 할 때의 가스 불의 열기 등을 직접 얼굴에 쬐는 것은 주사를 악화시키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
- 심한 운동을 하거나, 목욕탕에서 뜨거운 욕조나 사우나에 들어가게 되면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체온 조절을 위하여 땀이 많이 나게 될 뿐 아니라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관도 확장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 햇볕에 노출되면 혈관을 감싸고 있는 탄력섬유의 손상이 초래되어서 결과적으로 혈관이 쉽게 늘어나게 된다. 또 햇볕에 있는 자외선이 주름살, 기미, 주근깨, 잡티 그리고 심한 경우 피부암까지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주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햇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혹시 햇볕에 노출되게 될 경우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선 스크린)을 바르도록 한다.
- 피부에 발랐을 때 따끔거리는 느낌을 주는, 즉 자극이 되는 비누, 알콜성 크린싱 로션이나 스킨 로션, 아스트린젠트 등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주의 사항을 잘 지키는 것과 함께 치료는 내복약과 연고제를 주로 같이 사용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수개월 이상에 걸쳐서 장기 치료가 필요하며 경과에 따라서 용량과 용법을 조절하게 된다. 치료의 효과는 치료를 시작하고 1-2개월 정도가 지나야 나타나게 된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홍조가 생기는 증상이 줄어들며, 나타난다 하더라도 전보다 가볍게 나타난다.
아울러서 구진이나 농포가 있었다면 이러한 것들은 치료 후에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미 혈관 확장이 심해서 실핏줄이 늘어나 있거나 딸기코가 있는 경우에는 주의 사항을 지키거나 내복약을 복용하는 것 등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레이저를 이용해서 늘어난 혈관을 파괴하거나 과도하게 증식된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주사는 주사가 생길 수 있는 선천적인 소인(즉, 체질)이 있는 사람이 얼굴에 홍조를 일으키는 자극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에 생긴다고 하였다. 그래서 ‘체질을 바꿔야 낫나 보다’ 해서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선전하는 정체 불명의 약제나 건강 식품을 비싼 돈을 주고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 의해서 체질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공연히 부작용만 생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병의 호전을 기대하기보다는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서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