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의 치료에 가장 좋은 레이저는?

“안면홍조에 가장 좋은 레이저는 어떤 레이저일까?”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안면홍조에 가장 좋은 치료는 무엇인가?’”

안면홍조와 주사라는 병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환자를 진료한 지 어느덧 7-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병에 관심을 갖게 된 후 그 동안 발표되었던 논문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그리고 실제로 치료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치료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얼굴이 붉어질 수 있는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면홍조가 되풀이될수록 혈관이 점점 늘어나면서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런 치료만으로도 상당히 많이 좋아질 수 있다. 즉,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는 증세나 여드름처럼 돋아나는 것이 좋아지고 붉은 기도 어느 정도 좋아지게 된다. 사실상 레이저가 발달하기 전에는 이런 치료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가 개발되어 치료에 이용되면서 어느덧 레이저 치료가 이런 치료들에 못지않게 중요한 치료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동안 많이 써왔던 것은 색소(다이)레이저. 늘어난 혈관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홍조에는 별로 효과가 없고 특히 시술 후에 멍이 들어서 한달 이상 까맣게 자국이 남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2년 정도 사용해봤지만 심한 부작용에 비해 만족할만한 효과를 얻을 수가 없었다. 99년 말에 개원하면서는 멍든 자국이 남지 않는 혈관치료 레이저인 KTP레이저를 구입하였다. 이 레이저는 실제로 멍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늘어난 모세혈관을 치료하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홍조나 붉은 기운을 가라앉게 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2000년 3월에 열렸던 미국 피부과 학회에서는 멍이 드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새로운 색소레이저가 선을 보였다. 바로 브이 빔이었다. 하지만 그 때 처음 시판되는 것이었기에 실제로 치료 효과가 어떤 지, 정말로 멍이 들지 않는 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 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즉, 공식적으로 의학저널에 보고된 논문)가 없는 상태였다. 색소 레이저의 효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멍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만 보고 선뜻 구입하기가 꺼려졌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했던 미국 레이저 학회에서 IPL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혈관치료 레이저와는 달리 늘어난 혈관뿐 아니라 홍조나 붉은 자국이 같이 좋아진다는 것이 아닌가. 주사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하여 효과가 좋았다는 논문을 보고 7월에 일본에서 열린 미용성형외과 학회에 참석해보았다. 우리 보다 먼저 IPL을 도입한 일본에서 IPL을 이용한 치료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결과는 만족.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는 그 동안 내가 ‘이런 레이저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그래도 확신을 기하기 위해 미국에서 IPL치료를 많이 하는 병원을 방문해서 트레이닝 코스를 거친 후에 드디어 IPL을 도입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써오면서 내 나름대로는 IPL을 구입하기로 했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치료를 했던 환자 들 중 100%는 아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고된 치료 결과에 별로 손색이 없는 치료 결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서 “안면홍조에 가장 좋은 레이저는 어떤 레이저일까?” 라고 한다면 내 답은 “지금 시점에서 IPL이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이다. 왜냐하면 내가 브이 빔이나 브이 스타 등의 새로 개발된 색소 레이저를 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레이저들의 효과를 비교하려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얼굴의 반은 IPL로 그리고 나머지 반은 다른 레이저로 치료해서 비교해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연구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은 간접적인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다. IPL의 홍조에 대한 치료 효과를 보고한 논문은 꽤 있으므로 충분한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브이 빔으로 치료를 해서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나오는 지를 연구한 논문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요즘도 레이저 관련 저널이 오면 혹시 이런 논문이 있는지 뒤적거려본다. 과연 어떤 레이저가 안면홍조에 더 좋은 레이저일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