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상식

여드름은 사춘기에만 생긴다?

여드름은 흔히 “청춘의 심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사춘기 때에 많이 생긴다는 얘기겠지요. 하지만 여드름은 꼭 사춘기 때에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피부과 외래를 찾아오는 멋쟁이 아가씨나 미시 아줌마들이 얼굴에 갑자기 뭐가 돋아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찰을 해보고 여드름이 생긴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면서 믿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여드름이냐는 거지요. 그리고 자기는 항상 얼굴이 깨끗해서 여학생 때에도 여드름이라고는 생겨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드름은 20代 또는 30代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남자들에게서 보다는 여자 분들에게 더 흔히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에 생기는 여드름은 화장품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는 화장품에 여드름을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달하였고 화장품 회사에서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환자들이 화장을 전혀 하지않는 동안에도 여드름이 생기기 때문에 화장품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나이가 상당히 든 여자들에게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여드름은 가정 주부보다는 직장 여성,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자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남자들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할 뿐 아니라 집안 일도 소홀히 하려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져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애기에게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고 하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믿기 어려우실 지 모르지만 신생아에게도 여드름이 생길 수 있고 실제로 그 발생율도 높아서 신생아의 약 20%에서 여드름이 관찰된다고 보고한 학자도 있습니다. 아마도 엄마에게서 받은 호르몬이 남아 있어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여드름을 신생아 여드름이라고 하는데 대개 심하지 않기 때문에 수 개월이 지나면 좋아지게 됩니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쵸콜렛은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여드름은 피부에 기름기가 많은 사람, 즉 피부에서 기름기(의학 용어로는 피지라고 합니다)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경우에 잘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장(腸)에서 많이 흡수될 것이고 따라서 혈관 내의 지방 성분이 많아지게 되어서 피부에서도 피지를 많이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에 여드름이 악화될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의학적으로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우리 몸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피부에서 기름기를 만들어 내는 공장인 피지선(腺)은 독자적인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즉,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의 양은 피지선 자체에서 조절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한 지방의 양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또는 이와 반대로 야채만 먹더라도 피지의 양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따라서 여드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사실상 피지선의 기능 뿐 아니라 피부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기능들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종류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식사나 지나친 다이어트 혹은 편식은 전체적인 신체의 건강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이차적으로 피부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음식물을 고르게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여드름을 치료하면 땀구멍이 넓어진다?

여드름이 있는 환자들에게 연고를 처방하면서 꾸준히 오래 발라야 한다고 하면 땀구멍이 커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분들이 땀구멍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는 털이 나오는 구멍 즉, 모공을 잘못 알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땀구멍은 너무 작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보이 지가 않습니다. 여드름이라는 것이 피지의 분비가 많은 사람에게 생기는 것인데 피지의 분비가 많아지면 자연히 피지가 배출되는 모공이 넓어 지게 마련입니다. 앞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피지는 많이 만들어 지는데도 모공의 입구는 오히려 좁아지거나 막히기 때문에 여드름의 기본 병변인 면포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대개의 여드름 치료제는 이처럼 막힌 모공을 뚫어 주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를 하면서 모공이 오히려 넓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드름 치료제 때문에 모공이 더 커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피부 질환의 치료에 흔히 이용되는 부신 피질 호르몬제 중에 강도가 아주 센 연고를 얼굴에 오래 바르게 되면 실제로 모공이 넓어지고 여드름과 비슷한 피부 발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얼굴에 피부 병변이 생겼을 때에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서 약을 써야 합니다.

여드름이 있을 때에는 얼굴의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얼굴을 자주 씻는 것이 좋다?

얼굴에 기름기가 많으냐 적으냐 하는 것은 피지선에서 얼마나 피지를 많이 만들어 내는 지에 크게 좌우가 됩니다. 피지선에서 만들어진 피지는 모공을 통해 배출되어서 피부의 표면을 덮게 됩니다. 그런데 여드름의 발생에 관계가 되는 것은 피부의 표면에 있는 피지가 아니라 피지선에서 만들어진 피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이미 모공을 통해 밖으로 나온 피지는 여드름과는 상관이 없고 번들거리기 때문에 단지 미용상의 문제일 뿐입니다. 따라서 자주 씻어서 피부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은 여드름의 치료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 비누나 선택해서 따뜻한 물로 하루에 2회 정도 씻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때에 이태리 타올이나 거친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것은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