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레이저 학회의 하이라이트: 쿨터치 레이저와 IPL

해마다 4월이면 미국 레이저 학회가 개최된다. 모든 학문이나 경제의 중심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레이저학회라고 하지만 레이저에 관한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레이저에 관심 있는 피부과 혹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1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게 된다. 또한 레이저를 만드는 회사들도 새로이 개발한 레이저들을 선보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번 학회는 재즈로 유명한 미국 남부의 뉴올리안스에서 개최되었다. 굳이 재즈가 아니더라도 영화나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존 그리샴의 ‘펠리칸 브리프’의 여주인공이 다녔던 튤레인 대학이나 프렌치 쿼터라는 유명한 관광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무대로서 뉴올리안스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기억을 못하겠지만 비비안 리가 주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를 봤던 내게는 아주 무덥고 습기가 많아서 끈적거리는 뉴올리안스가 연상된다.

레이저 학회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날마다 다른 주제를 정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경험이나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서로 토론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질문도 받는다. 그 시간이 끝나면 워크숍이 개최되는데 학회 등록비 이외에 따로 워크숍 참가비를 받기 때문에 가장 알찬 프로그램으로 꾸며지게 된다. 그리고는 그 동안에 개발된 새로운 레이저 혹은 기존에 있던 레이저로 치료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는 것이다. 금년에 주로 많이 다뤄진 주제 중에는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제모 레이저와 다리에 있는 혈관을 치료하는 레이저가 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피부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피부의 잔주름이나 노화를 줄여주는 레이저들이었다. 즉, 국내에도 보급되어 있는 쿨터치 레이저나 IPL같은 것이다.

백인들의 피부는 어릴 때에는 아주 좋아보이지만 자외선에 아주 취약하기 때문에 20대만 지나면 금새 잔주름이 생겨서 쭈글쭈글해지고 주근깨나 잡티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레이저 박피를 하는 것이 가장 유행하는 치료였는데, 문제는 치료 후에 회복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얼굴이 붉어져서 표시가 나는 것은 오래 가면 1년 정도 지속되며 때로 색소침착이 생겨서 수개월 동안 속을 썩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된 쿨터치 레이저나 IPL은 피부에 상처
를 주지 않으면서 피부노화를 치료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히 이런 치료를 선호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치료하는 의사들도 이런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연히 레이저 회사들도 쿨터치나 IPL을 모방한 레이저들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런 레이저들이 개발되면서 레이저 박피의 건수가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서 작년까지만 해도 학회장에 많이 선보였던 박피 레이저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양상을 보였다. 대신 레이저 기기를 전시하는 전시장의 바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IPL전시 공간이 변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S&U 피부과에서 작년 8월에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IPL은 기존의 레이저와 달리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이용해서 다양한 피부 노화 현상을 치료할 수 있다. 즉,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와 늘어난 모세혈관 같은 혈관질환, 기미나 주근깨 혹은 검버섯 같은 색소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으며 피부의 탄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잔주름이나 늘어난 모공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다른 레이저와 달리 딱지가 생기거나 물집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어서 치료를 되풀이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피부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피부가 맑아지고 깨끗해지며 피부 톤이 개선되고 탄력이 생기게 된다. 딱지나 물집이 거의 생기기 않기 때문에 다른 레이저와 달리 자외선이 강한 계절에도 문제가 없다.

2001년 레이저 학회는 S&U피부과에서 작년에 도입한 쿨터치 레이저와 IPL이 레이저 치료에 있어서 주류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이 레이저들을 이용한 좋은 치료결과와 거기에 쏟는 의사들의 관심은 내년에 아틀란타에서 개최될 학회에서도 계속해서 쿨터치 레이저와 IPL이 각광을 받으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기미가 치료될 수 있을까?

여자 나이 20대 후반을 넘게 되면 알게 모르게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눈 밑에 자리잡은 기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기기도 하고 임신을 한 후에 생기기도 한다. 기미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외선과 여성호르몬이 주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더 많은 남자보다 오히려 여자들에게 기미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여자에게 주어진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있지만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깨끗한 피부나 외모를 추구하는 시대에는 아무리 화장을 해도 기미가 가려지지 않아서 여자들을 속상하게 한다. 기미 때문에 찾아오는 그 많은 환자 분들에게 피부과 전문의가 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기미는 치료될 수 있습니다.” 라고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피부과 의사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환자 분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레이저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기미도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레이저 치료를 많이 하였지만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에는 기미 치료를 위해 처음부터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주근깨나 검버섯 같은 색소 질환과 달리 기미는 자극을 심하게 받으면 처음보다 더 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색소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한다는 색소치료 전문 레이저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권하는 치료가 미백효과가 있는 미백제를 사용하면서 미백효과가 높은 비타민 C를 피부로 침투시키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또한 심하게 자극이 되지 않는 얕은 박피를 병행하기도 한다. 환자들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치료를 꾸준히 하면 대개 어느 정도 기미가 옅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획기적인 기미 치료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과와 관련된 어느 학회를 가더라도 ‘기미의 치료’라는 제목이 붙은 강의가 있으면 혹시 새로운 내용이 있지 않나 기웃거리곤 한다. IPL이라는 새로운 레이저를 도입한 후 처음에는 주로 홍조의 치료에 이용을 하였지만 IPL이 혈관 뿐 아니라 색소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주근깨나 검버섯 같은 질환도 점점 IPL로 치료를 많이 하게 되었다. 기존의 색소치료 레이저에 비해 IPL로 치료를 하면 딱지가 훨씬 적게 생기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장점 이외에 무엇보다도 기존의 레이저 치료의 문제점 중의 하나인 치료 후에 생기는 색소침착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치료횟수는 많아지더라도 후유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 분들도 기존의 색소치료 레이저 대신 점점 이 치료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기미의 치료에도 도입을 해보았다. 단, 자극이 심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하면서. 결과는 절반 이상의 성공. 치료를 받은 분들이 100%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기미가 호전되는 것을 경험하고 설사 좋아지지 않더라도 기존의 레이저 치료와는 달리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할 만 했다. 한번에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치료하면 기미도 좋아
질 뿐 아니라 전체적인 피부 톤이 밝아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이처럼 IPL을 이용한 치료가 기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올해 4월에 아틀란타에서 개최되었던 미국 레이저 학회에서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IPL을 이용한 기미의 치료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 치료 방법이 우리가 치료하는 방법과 거의 유사했던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극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IPL로 반복치료를 하면서 비타민 C 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방법을 쓰고 있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도 ‘기미 치료가 힘들기는 하지만 IPL을 이용하여 여러 번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으며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라는 것으로 우리와 비슷하였다.

다른 나라에 있는 의사들이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기미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IPL이라는 새로운 치료가 기미 치료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아직까지 모든 기미 환자에게 IPL치료를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치료에 만족하지 못했던 경우에는 IPL이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다른 레이저 치료와는 달리 치료 후에 악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