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L 이야기 – IPL 도입에 얽힌 푸념 1

IPL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IPL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 4월에 열렸던 미국 레이저 학회에서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제 관심사는 안면홍조를 포함한 혈관 질환이었기에 홍조가 좋아질 수 있는 레이저가 있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브이빔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혈관 치료 레이저들이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홍조를 좋아지게 한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브이빔으로 홍조를 좋아지게 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ESC-Sharplan이라는 회사(지금은 합병에 의해 루메니스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의 전시 부스에 갔더니 홍조도 좋아지게 하는 기기가 있더군요. 치료 후에 홍조가 좋아진 자료 사진과 함께 기기가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그 기기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기기가 언제 구매 가능한지 물었더니 7월 경 가능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귀국한 후에 IPL을 수입하기로 한 원익이란 국내 회사와 접촉하여 IPL에 관한 워크샵이 7월에 일본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워크샵에 참석해서 IPL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IPL이 비단 홍조와 같은 혈관 질환을 좋아지게 할 뿐 아니라 색소와 피부 탄력도 좋아지게 하는, 이른바 광회춘술(photorejuvenation)이라는 새로운 치료 개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치료한 치료 결과들을 보면서 이 기기가 백인들 뿐 아니라 동양인에게도 효과가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귀국 후에 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최초로 IPL을 도입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IPL은 앞서 말씀 드린바 있는 루메니스란 회사에서 나오는 기종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도입한 기종은 바스큘라이트(Vasculight)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IPL이 더 부르기 쉬워서 그냥 IPL로 국내에 소개했었습니다. 두달 정도 사용을 하면서 IPL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IPL을 이용해서 얼굴 전체를 치료함으로써 노화된 피부를 젊어지게 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Dr. Bitter 의 클리닉을 방문해서 연수과정을 거치면서 궁금증을 물어봤습니다.

기기를 판매한 루메니스와 원익에는 IPL과 관련한 논문 자료를 요청해서 가능한 많은 논문을 읽었습니다. IPL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야 IPL의 복잡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IPL이라는 한가지 기종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같이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은 사실 기존의 레이저 치료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거든요.

아무튼 IPL을 도입한 후 매년 피부과 춘계학회나 추계학회 때 IPL을 이용한 치료 결과들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학회에서 치료 결과를 발표하는 것 이외에 심포지엄이나 워크샵에서 피부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IPL에 대한 강의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IPL을 도입한 초기에는 물론이고 약 2-3년이 지날 때까지도 일부 피부과 선생님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효과도 없을 기계를 도입해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냐는 심한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요. 그런 선생님들도 결국에는 대부분 IPL을 구입하셨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IPL을 갖추지 않은 피부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IPL은 점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탄산가스 레이저 못지않게 피부과에 꼭 필요한 장비 중의 하나로 인식된 것이지요.

최근에는 피부과 개원의 협의회의 교육이사로 일을 하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IPL에 관한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약 세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제가 강의를 두시간 정도 하고 남은 한시간 동안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고 있습니다. 광주와 대전에서 이미 워크샵을 하였고 금년에 부산과 대구에서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피부과 의사들이 IPL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IPL의 기본 원리를 포함해서 치료에 따른 노하우 등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를 딴 후 7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레지던트들을 교육하고 피부과 학회 활동을 하는데서 보람이 있었다면 개원 후에 IPL을 처음 도입해서 많은 피부과 의사들이 IPL을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서 또 다른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